천지인야 2013. 2. 7. 22:46

300년 전 '여성군자'가 쓴 요리백과 - 음식디미방
지금으로부터 330년전, 요리책이 있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것도 조선의 유교적인 사회분위기에서 일흔 된 여성이 책을 썼다는 것은 더욱 흥미를 자극한다. 문제의 책은 바로 음식을 아는 방법이라는 뜻을 가진 음식디미방이다. 음식디미방의 첫 장을 열면 1670년대 조선 양반 가의 문화가 진수성찬으로 펼쳐진다.
 
     세부설명
  1. 음식디미방-요리백과사전

안동에 살던 정부인(貞夫人) 장씨에 의해 쓰여진 음식디미방. 한글로 씌어진 이 책의 내용을 보면 다양한 음식의 조리법이 종류별로 나뉘어 체계적으로 적혀있다. 국수, 만두를 비롯한 면병류, 어육류, 소과류, 주류까지 종류가 모두 146가지다. 조리법 뿐 아니라 그 발상이 비닐하우스와 비슷한 보관법에까지 정통한 이 책의 저자는 이문열의 소설 ‘선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 정부인 장씨의 학문적 소양

장씨는 숙종때 이조판서까지 지냈던 갈암 이현일의 어머니다. 그녀는 1598년 안동장씨 장흥효 가문에서 태어났다. 대학자였던 부친을 둔 덕으로 그 시대 보통 여자들과는 달리 자연스레 학문을 접할 수 있었던 그녀는 시경,서경까지 터득하였고, 글씨, 그림실력도 뛰어났다.


3. 실증적 요리서 중 최초!

음식디미방 이전에도 요리책은 있었지만, 한문으로 쓰여져 있고 간단한 소개정도에 그쳐 실용성과 편리함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 책은 내용이 한글로 되어 있어 쉽게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146가지 음식에 대한 장씨만의 비법과 조리기구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지금도 이 책을 따라서 그대로 요리를 할 수 있을 정도다.


4. 양반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 음식디미방

당시 양반집에서는 다양한 술을 빚었다. 탁주는 주로 종들이 마시게 했고 손님접대에는 청주를 사용했다. 조선시대 양반가의 손님접대문화가 다양한 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음식디미방은 조선시대 문화를 읽게 해준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음식디미방은 단순한 요리서가 아니라 조선중기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역사서이다.


5. 시대적 소명에 충실했던 정부인 장씨

최근 정부인 장씨의 가정에 대한 충실을 예찬한 이문열의 소설에 대해 여성계에서는 현대여성이 추구하는 삶에 역행되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이런 분분한 논쟁은 무의미한 일인지도 모른다. 정부인 장씨의 삶에 대한 평가는 그녀의 시대적인 배경을 통해서 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7세기 임란,호란으로 무너진 질서가 재 복구되던 시기,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6. 맛질방문이란?

음식디미방에 적힌 음식 중 16가지 음식 밑에는 맛질방문이라는 말이 쓰여있다. 이 말의 뜻을 놓고 갖가지 해석이 대립하던 중 실제 뜻은 참으로 소박한 곳에서 드러났다. 정부인 장씨의 외갓집이 있던 곳이 경북 예천에는 맛질마을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곳에서 어린 시절 친정어머니에게 듣고 배웠던 요리까지 음식디미방에 적으면서 ‘맛질방문’이라 쓴 것이다. 후손들에게 대대로 전해지길 바라는 그녀의 마음은 맛질방문을 통해 얻어진 최고의 요리책, 음식디미방 곳곳에 스며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