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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에 부는 구독경제 바람/충성고객 만드는 '자물쇠 효과'

천지인야 2019. 12. 10. 08:18

충성고객 만드는 '자물쇠 효과' 물·차·생리대까지 구독경제 붐

문희철 입력 2019.12.10. 05:01 수정 2019.12.10. 06:36

                

아모레, 차·다구 '다다일상' 서비스
CJ오쇼핑은 생리대 정기배송
소비자 묶어두는 자물쇠 효과
이커머스 이어 유통업체 각축전


유통가에 부는 구독경제 바람

아모레퍼시픽이 오설록 정기구독 서비스 '다다일상'을 시작했다. 사진은 12월 다다일상 구성 품목. [사진 아모레퍼시픽]

#1. 아모레퍼시픽은 9일 ‘다다일상(茶茶日常)’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차(茶)를 선별(curation·큐레이션)해서 정기 구독자에게 보내는 서비스다. 월 구독료 2만9000원을 내면 매달 추천하는 차와 차의 맛·제형·향을 기록할 수 있는 노트, 다구(茶具) 등을 보내준다.

#2. 오리온은 지난 1일 생수(제주용암수) 판매를 시작하면서 정기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요일·장소를 선택하면 반복 주문하지 않아도 매번 같은 장소로 물을 보내주는 서비스다. 배송 서비스를 신청하면 530㎖ 생수 60병을 무료로 제공한다.

오리온은 제주용암수 판매를 시작하면서 정기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사진 오리온]
아모레퍼시픽·오리온이 도입한 서비스는 일종의 정기구독이다.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마치 신문을 구독한 것처럼 정해진 상품·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형식이다. 매일 새벽 정해진 시간에 신문이 자동으로 배달되는 것처럼, 정기구독 서비스도 지정한 날짜 혹은 시간에 주기적으로 상품이 도착한다.

넷플릭스는 대표적인 구독 서비스 사례다. 매월 정해진 비용을 지불하면 무제한 스트리밍 영상을 볼 수 있다. 현대차·볼보·캐딜락 등 국내서 사업하는 수입자동차 브랜드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독 경제 시장 규모는 5300억 달러(595조원·2020년)로 성장할 전망이다.


생수·차(茶ㆍ車) 구독하는 시대
이베이코리아는 2017년 4월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유료 멤버스 서비스(스마일클럽)를 도입했다. [사진 이베이코리아]
유통업계에서 커지는 정기구독 서비스에 가장 관심이 많은 곳은 전자 상거래 업체다. 이베이코리아는 2017년 4월 유료 멤버스 서비스(스마일클럽)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 연회비 3만원을 납부하면 매달 할인쿠폰을 지급하고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일클럽 가입자는 150만명 정도다.

쿠팡이 지난해 10월 선보인 서비스(로켓와우클럽)도 스마일클럽과 유사하다. 매달 2900원을 내면 무료배송·무료반품 혜택과 익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켓와우클럽 회원에게만 전용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쿠팡은 17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지난 3월 기준). 이 밖에도 위메프(특가클럽)·티몬(슈퍼세이브) 등 이커머스업계가 줄줄이 비슷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쿠팡이 지난해 10월 선보인 서비스 '로켓와우클럽.' [사진 쿠팡]

이커머스가 대규모 가입자를 확보하자 유통 대기업도 뛰어들고 있다. 롯데그룹은 12월부터 유료 멤버십(롯데오너스·Lotte oners)을 모집한다. 월회비(2900원)를 내면 롯데쇼핑 7개 계열사 상품을 구매할 경우 배송비를 받지 않고 포인트를 적립하는 유료 서비스다.

홈쇼핑 업계에서도 유료 구독 서비스가 확산하는 추세다. 롯데홈쇼핑 유료 멤버십 서비스(엘클럽·L.CLBU)는 연회비 3만원을 내면 12% 할인쿠폰과 3만점 포인트를 제공한다. CJ오쇼핑은 지난 5월 홈쇼핑업계 최초로 생리대 정기배송 사업을 시작했고, 현대홈쇼핑도 실내 인테리어용 그림을 정기 배송하는 서비스(핀즐)를 선보인 바 있다.

롯데오너스(Lotte oners)는 월회비(2900원)를 지불하고 롯데쇼핑 7개 계열사 상품을 구매할 경우 배송비를 받지 않고 포인트를 적립하는 서비스다. [사진 롯데쇼핑]


불필요한 지출 유의해야

CJ오쇼핑은 일명 '이하늬 생리대'로 불리는 생리대 제품의 정기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사진 CJ ENM]

이처럼 유통업계가 구독서비스에 일제히 뛰어드는 건 이른바 자물쇠(lock-in) 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자물쇠 효과란 소비자가 한번 특정 상품·서비스를 구매·이용하기 시작하면, 마치 자물쇠를 채우는 것처럼 다른 상품·서비스로 이동하기 어려워지는 것을 뜻한다. 구독 형태로 받는 서비스에 젖어 들어 경쟁사 서비스는 굳지 찾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유통업계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 구독자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정기적으로 물품·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반복적인 패턴을 분석하면 물류비용이 줄고 향후 수요도 예측할 수 있어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한적 자원으로 최고의 효율을 얻기 위해 구독경제가 등장했다. [중앙포토]
소비자 입장에서도 어차피 사야 할 생필품이나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액이라도 매달 지갑에서 빠져나가기 돈이 누적되면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저렴하다는 착시에 빠질 수 있어 구독 전 주의가 필요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경영학적으로 보면 구독경제 확대는 제한적인 자원·비용으로 최고의 효율을 얻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등장한 서비스”라며 “가성비 높은 경험을 추구하는 실용적인 소비자에겐 이득이지만, 실질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고정 지출과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경우 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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