碁 翁
自謂居鄕了債翁 (자위거향요채옹)
나는야 시골 살며 빚이 없는 늙은이
有無要與四隣通 (유무요여사린통)
재물은 이웃과 사이좋게 나눠 쓰네.
靑雲金馬緣何薄 (청운금마연하박)
벼슬길 청운에는 인연 없어 못 올라도
白首林泉興不窮 (백수임천흥불궁)
전원에서 늙어가며 흥겨운 일 끝이 없네.
多少園田貽後計 (다소원전이후계)
얼마간의 논밭은 후손에게 물려주고
若干卷軸付兒工 (약간권축부아공)
약간의 서책일랑 아이 주어 공부시키네.
老來碁癖還堪笑 (노래기벽환감소)
늙을수록 바둑 병은 우습기도 하거니와
滿目詩饞月又風 (만목시참월우풍)
눈에 가득 시를 부르는 달과 바람은 어쩔거나.
150년 전 전라도 장성에 살던 선비 변종락(邊宗洛·1792~1863)이 만년에 썼다.
그의 호는 기옹(碁翁), 바둑을 즐기는 노인이다.
그 호를 따서 기옹정(碁翁亭)이란 정자를 짓고 바둑에 빠져 지냈다.
갚아야 할 빚이 없는 시골 늙은이라니 태평하고 여유로운 심사를 짐작하겠다.
벼슬 운은 없어도 그 대신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자식들 생계도 다 장만해두었고, 손자들 공부시킬 책도 충분하다.
이만하면 여생을 즐길 일만 남았다.
바둑은 평생의 고질병이지만
사방 천지에 멋진 풍경 펼쳐지니 시를 안 짓고는 못 배기겠다.
'♬ 文藝 > ♧ 畵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진이 (0) | 2016.07.21 |
---|---|
梨花雨 흩뿌릴 제―계랑 (0) | 2016.07.21 |
눈밭에 쓴 편지/이규보 (0) | 2016.07.21 |
비 갠 저녁/이건창 (0) | 2016.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