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藝/ ♧ 畵門

碁 翁(기옹)/변종락

천지인야 2016. 7. 21. 13:12

하늘내린터 정자에서 바둑두는 까마귀 한쌍

碁 翁

 

自謂居鄕了債翁 (자위거향요채옹)

나는야 시골 살며 빚이 없는 늙은이 

有無要與四隣通 (유무요여사린통)

재물은 이웃과 사이좋게 나눠 쓰네. 

靑雲金馬緣何薄  (청운금마연하박)

벼슬길 청운에는 인연 없어 못 올라도 

白首林泉興不窮  (백수임천흥불궁)

전원에서 늙어가며 흥겨운 일 끝이 없네. 

多少園田貽後計 (다소원전이후계)

얼마간의 논밭은 후손에게 물려주고 

若干卷軸付兒工  (약간권축부아공)

약간의 서책일랑 아이 주어 공부시키네. 

老來碁癖還堪笑  (노래기벽환감소)

 늙을수록 바둑 병은 우습기도 하거니와 

滿目詩月又風  (만목시참월우풍) 

눈에 가득 시를 부르는 달과 바람은 어쩔거나.

 

150년 전 전라도 장성에 살던 선비 변종락(邊宗洛·1792~1863)이 만년에 썼다.

그의 호는 기옹(碁翁), 바둑을 즐기는 노인이다.

그 호를 따서 기옹정(碁翁亭)이란 정자를 짓고 바둑에 빠져 지냈다.

갚아야 할 빚이 없는 시골 늙은이라니 태평하고 여유로운 심사를 짐작하겠다.

벼슬 운은 없어도 그 대신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자식들 생계도 다 장만해두었고, 손자들 공부시킬 책도 충분하다.

이만하면 여생을 즐길 일만 남았다.

바둑은 평생의 고질병이지만

사방 천지에 멋진 풍경 펼쳐지니 시를 안 짓고는 못 배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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