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話/♧ 交房
모처럼 하루가 텅 빈 휴일 아침.
늦 잠에서 깨어나 양칫물로 입을 헹구고
빵모자 덮어쓰고 산책을 나선다.
이틀 간 깎지 않은 까칠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텅 빈 하늘에 헛기침을 뱉아본다.
울대를 늘려 큰 소리도 질러본다.
미동조차 없다.
산도,,,
나무도...
바람조차도...
묘각사 절 입구
약수 한 바가지 퍼 올려 마시니
오장이 생성되는 느낌...
갑자기 선도(鮮度)가 생생해진다.
능선 아래 오솔길 옆
산봉우리 가는 길에
옛 시절 청운의 꿈을 접고
고목 하나 두 팔 벌려 하늘 보고 누워 있다.
입 맞출 춘풍을 기다리는 군락지 진달래가
뾰르륵 입술을 내어 밀고
하시절 꽃 피울 기다림에
때 이른 상춘객이 함께 설레고...
하늘 아래 내가 있다.
산 위에 내가 있다.
자연이 내게 있고
내가 자연이 되어 있다.
길섶의 풀 한 포기
계곡아래 굴러내린 이끼 낀 바위조각
또르륵 한 방울씩 몸 풀어 흐르는 계곡물...
동풍(冬風)에 숨 죽이며 누워있던 대지가
잠깨어 숨을 쉰다.
산자(生者)의 음성이 메아리로 흩어진다.
휴일 한 낮이 지나간다.
조용히 찾아오는 봄처럼
온순한 시간들이 왕래한다.
이런 날 ...
이런 때...
손잡고 거닐며 함께 웃을 사람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