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話/♧ 交房

산책유감

천지인야 2011. 7. 10. 13:04
 

         모처럼 하루가 텅 빈 휴일 아침.

         늦 잠에서 깨어나 양칫물로 입을 헹구고

         빵모자  덮어쓰고 산책을 나선다.

 

         이틀 간 깎지 않은 까칠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텅 빈 하늘에 헛기침을 뱉아본다.

         울대를 늘려 큰 소리도 질러본다.

 

         미동조차 없다.

         산도,,,

         나무도...

         바람조차도...

 

         묘각사 절 입구

         약수 한 바가지 퍼 올려 마시니

         오장이 생성되는 느낌...

         갑자기 선도(鮮度)가 생생해진다.

 

         능선 아래 오솔길 옆

         산봉우리 가는 길에

         옛 시절 청운의 꿈을 접고

         고목 하나 두 팔 벌려 하늘 보고 누워 있다.

 

         입 맞출 춘풍을 기다리는 군락지 진달래가

         뾰르륵 입술을 내어 밀고

         하시절 꽃 피울 기다림에

         때 이른 상춘객이 함께 설레고...

 

         하늘 아래 내가 있다.

         산 위에 내가 있다.

         자연이 내게 있고

         내가 자연이 되어 있다.

 

         길섶의 풀 한 포기

         계곡아래 굴러내린 이끼 낀 바위조각

         또르륵 한 방울씩 몸 풀어 흐르는 계곡물...

 

        동풍(冬風)에 숨 죽이며 누워있던 대지가

        잠깨어 숨을 쉰다.

        산자(生者)의 음성이 메아리로 흩어진다.

 

        휴일 한 낮이 지나간다.

        조용히 찾아오는 봄처럼

        온순한 시간들이 왕래한다.

 

        이런 날 ...

        이런 때...

        손잡고 거닐며 함께 웃을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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