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話/♧ 戀書

가을의 전설

천지인야 2011. 12. 13. 01:18

                                     

                                                   "난 전생에 바람이었을거야~"

"내가 없을 때 바람이 불면 그게 나인줄 알아~"

영화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에서

영원으로 가는 시간을 예시하며

나오는 대사중 한 부분이다.

 

2010년 시월의 마지막 주말...

교동의 넓은 들을 지나는

가을 여행에서 바람을 보았다.

그 바람이 어떤 바람인지...

불어 온 그 바람이 누구의 바람인지...

 

이적지 살아 온 연륜의 나이테 속에

옹이처럼 박힌 절절한 그리움 하나...

심장을 훑고 지나는 바람은

선홍빛 짙은 그리움을 내려놓고

속절없이 허공으로 사라져 간다.

 

내게 있어 바람은

기나긴 세월 끝에 잠시 마주 섰다 비껴 가는

안타까운 인연의 너일 수도 있고

늘 함께 같이 있어도 서로의 것이 될 수 없는

슬픈 사랑의 그대일 수도 있다.

 

멈춰진 바람은

이미 바람이 아니라는 숙명 때문에

보습 안 된 마른 살갗을 스치고 지나지만

인고(忍苦)의 세월을 견뎌야 하는 저린 가슴은

천년의 바윌 닮아 구덕살로 굳는다.

 

바람이 분다.

초혼(招魂)처럼 억새꽃 흔들고 지나는

바람이 분다.

심장이 멎을 듯 푸른 하늘과

고장난 시계처럼 정지된 시간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꿈일수도...

사랑일수도...

목멘 염원일수도...

물처럼 녹아 흘러 심장을 순환하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일 수도...있는 것.

 

교동의 그 바람은 ...

그 무엇도 비교될 수 없는

꿈결같은 시간으로 가슴 속 깊이 가라앉아 저장될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는 가을 날

우체통 안에서 꺼내 든 연서같은  설레임과 행복함으로......

 

 

무구청정... 빠질 듯 푸른 하늘

억겁의 세월을 모태로 품고 있는 장엄한 바다

몸과 맘이 하나 된 순결한 영혼으로

바람을 맞는다.

이 가을 안에 내가 머문다.

*

*

"I'll wait for you.

However long it takes I'll wait for you forever..."

기다림이...

길고 힘겨워도...

어떤 고난과 운명이 앞을 막아도...

시간이 내게 주어지는 한

난  당신을 기다릴 거예요...영원히...라는...

"가을의 전설"이 깊게 생각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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