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學習/♧ Epi ♤ Story

숟가락,젓가락

천지인야 2013. 9. 9. 10:07

식사도구는 손가락부터 숟가락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지만 가장 초보적인 단계는 손가락이었다.
그 다음이 음식을 나르는 나이프이고, 그 다음이 음식을 찍거나 집어먹는 젓가락이다. 그리고 가당 발달한 식사도구는 바로 숟가락이다. 그러니까 예부터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써 온 우리나라의 식사문화는 꽤 수준이 높다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숟가락은 청동기 시대의 유적인 나진 초도 조개 무지에서 출토된 것이다.
중국은 서기전 10~6세기쯤 만들어진 책 <시경>에 '숟가락에 대한 기록'이 처음 나오고, 일본에서는 서기전 3세기쯤의 유적지에서 출토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젓가락이 처음 출토된 곳은 공주 무령 왕릉에서 였는데, 이것으로 보아 삼국시대부터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썼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숟가락에 비해 젓가락이 늦게 발달하여 춘추전국시대(서기전 404~서기전 221)에서야 비로소 젓가락을 썼다 한다.
이렇게 중국과 일본도 처음에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썼지만, 점점 젓가락만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만이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쓰는 독특한 식사문화를 갖게 되었다.
1800년에 동일 상인이 지은 '조선기행'에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조선에서는 매우 긴 자루를 가진 숟가락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사람처럼 그릇을 직접 입에다 대고 밥을 긁어 넣는식이 아니고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서 점잖게 입에 운반하게 되니 그 모습이 중국인보다 훨씬 우아하고 아름답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옛날에는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나라의 첩자를 찾아내기도 했다.

숟가락 문화가 유지될 수 있었던 까닭은 우리 음식에 탕 종류가 많기 때문인데 농사를 짓게 되면서 밥상에는 늘 국이나 찌개 등 물기 있는 음식이 올랐다. 이러한 단순한 편의에 의한 숟가락의 사용말고도, 그 속에는 음양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한국인의 의식이 숨겨져 있다. 젓가락은 양을, 숟가락은 음을 뜻한다. 젓가락과 숟가락은 따로 독립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사용된다. 여기에는 자연과 조화되고자 하는 한국인의 미덕이 숨쉬고 있다.
반면에 유목민족이었던 서양사람들의 경우 이동하면서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음식에 맞게 포크문화가 발달하게 됐다. 이처럼 식사문화는 한 민족의 생활모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주로 동으로 만들었지만 점차 철이나 구리 또는 아연 등으로도 생산했고, 심지어는 은이나 금으로도 만들기도 했다.
모양도 시대마다 달랐는데, 고려시대에는 처음에 숟가락의 자루만 크게 휘어졌으나 나중에는 자루 끝도 제비 꼬리 모양으로 변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제비꼬리가 없어지고 자루도 덜 휘어지면서, 숟가락 면은 나뭇잎 같은 타원형을 이루었다. 이때 숟가락의 잡는 쪽이 점점 기을어지면서 오늘날과 같은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다가 점차 숟가락 자루가 곧고 길고 두꺼워졌으며 숟가락 면도 곧게 바뀌었고, 수저의 윗부분에 길(吉)한 의미를 상징하는 글자나 꽃을 칠보로 장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기의 첫돌 선물로 수저를 준비하고, 혼인할 때 신부가 그릇과 더불어 수저를 준비해 갔다는 걸 보면, 수저는 단순히 밥 먹는 도구만이 아니라 복을 가져오는 복주머니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 일본인 식탁에는 숟가락이 원래부터 없었을까?



일본인들은 밥그릇을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는 젓가락을 들고 식사를 한다. 일본인의 식탁에는 숟가락이 없다. 그러면 일본인들은 숟가락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을까?

약 6세기에서 7세기 사이에 중국에서 일본으로 숟가락이 전래되어 왕실과 귀족들이 젓가락과 숟가락을 함께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서민들은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왕실이 몰락하고 무사들이 정권을 잡게 되자 숟가락은 아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왜 숟가락은 널리 사용되지 않았을까?

일본의 식단은 대체로 마른 음식이 많다. 일본의 대표적인 요리로 유명한 초밥이나 덮밥, 오뎅 등은 젓가락으로도 먹을 수 있다. 일본 서민들의 기본적인 식단은 쓰게모노(일본 김치), 노리(김), 다마고(날계란), 미소시루(된장국)로 구성되는데 국을 빼고는 모두 젓가락으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문제는 된장국.
하지만 일본식 된장국을 먹어본 사람은 누구나 다 알고 있겠지만 건더기가 거의 없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젓가락으로 건더기를 집어먹고 나머지는 국그릇을 들고 후루룩 소리를 내며 마셔버리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숟가락을 쓰지 않고 버틴 것이다.

▶ 한국식 식사예절

  1. 여러 사람과 같이 식사를 하게 될 때에는 항상 손윗사람이 수저를 든 다음에 식사를 시작해야 한다.
  2. 숟가락과 젓가락을 한 손에 다 같이 들고 사용하지 않도록 하며, 젓가락을 사용할 때에 는 숟가락을 놓고 사용해야 한다. 젓가락을 사용할 때마다 상위에서 젓가락끝 맞추는 소 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한다.
  3.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국그릇이나 반찬그릇 위에 걸쳐놓지 않도록 하고, 밥그릇이나 국그 릇을 손으로 들고 먹지 않도록 한다.
  4. 입 속에 음식을 넣을 때에는 적당한 양을 넣고 씹을 수 있도록 하며 입 속에 음식을 넣 은 채 말을 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5. 김칫국물이나 국 국물을 마시기 위하여 그릇째로 들이마시는 것은 좋지 못하며, 숟가락으로 떠서 마시되 소리를 내지 않고 가만히 마시도록 한다.
  6. 식사 중에 기침이나 재채기가 나면 머리의 방향을 빨리 돌리고 손이나 손수건을 대어 남에게 침이 튀거나 지저분한 것이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7. 밥이나 반찬을 뒤적거리거나 해치는 것은 좋지 못하며 한 쪽에서부터 먹도록 한다. 또한 젓가락으로 만찬에 붙은 고명을 털어가면서 먹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8. 숟가락을 유난히 빨거나 젓가락으로 이 사이에 낀 음식을 쑤셔서 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9. 멀리 떨어져 있는 음식이나 양념은 자리의 팔을 길게 뻗어 집어오지 않도록 하고 반드시 옆의 분에게 집어주기를 청하여 받도록 한다.
  10. 음식을 먹는 도중 돌이나 가시가 있을 때에는 옆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조용히 뱉어버리거나 종이에 싸서 버리면 더욱 좋다.
  11. 숭늉은 대접에 엄지손가락이 빠지지 않도록 하고 두 손으로 들이마시거나 숭늉으로 입속을 양치하듯이 소리를 내어 마시는 일이 없도록 한다.
  12. 이쑤시개를 사용할 때에는 남에게 보이지 않도록 입을 가리고 하며, 사용한 이쑤시개는 아무데나 버리지 말고 남이 보지 않게 처리한다.
  13. 음식을 다 먹은 후에는 숟가락을 오른편에 가지런히 놓고 냅킨을 적당히 접어서 소반위에 놓는다.
  14. 식사를 즐겁게 한다는 것은 생활을 즐기는 한 방법이 되므로 가족간의 유대를 높이는 의미로 유쾌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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